[목사님의 축복기도, 그리고 처벌 ②] "사랑은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것 아냐"

박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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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14. 16:00

(본 인터뷰는 1편과 2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해석의 역할을 인정하는 기능주의 분파와 성경의 절대적 가치를 추구하는 복음주의 분파가 나뉘어서 성소수자 문제에 관한 여러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복음주의 루터교나 성공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취하면서 목회자의 성소수자 주례를 허용하도록 했고요. 우리나라 개신교 특성상 미국 개신교를 동경하고 그만큼 잘 수용하는 분위기인데, 이러한 논의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런 게 재밌는 부분이죠. 왜 보수 기독교 분들이 태극기랑 성조기를 같이 들고 나오시잖아요. 그만큼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 비슷한 성향도 있고요. 근데 이런 (성소수자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요. 오히려 (한국 개신교계는) 미국 교회가 타락했다고 봐요. 2015년도에 우리나라 감리교에 (동성애를 찬동했을 때 처벌하는) 법이 생겼다고 했는데, 법이 생긴 원인을 분석해 본 결과 중에 재밌었던 게 뭐냐면 2015년에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된 일이 있었거든요. 이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에 법을 만든 게 아닌가 싶어요. 그만큼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그런 (동성애에 관한) 논의가 없는 것 같아요. 

 아까 성공회랑 루터교 이야기도 하셨지만, 미국 감리교의 경우에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복음주의 성향인 분들과 성소수자를 포용하고자 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이 굉장히 성숙하게 토론하세요. 우리도 그런 부분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마 안 됐죠? 영국 감리교에서는 "동성혼에 대해 축복한다"라는 공식 입장을 채택했어요. (영국 감리교회는 올해 6월 30일 열린 버밍엄 총회에서 결혼의 정의를 ‘두 사람의 몸과 마음과 영혼의 일생 결합’으로 바꾸면서 동성 결혼을 인정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입구에서는 농성장이 보인다.

 감리교의 시초가 영국이었고 미국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데요. 벌써 그렇게 앞서 나가는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성찰을 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정상인데, "봐라, 영국 교회와 미국 교회도 타락했다"라는 식으로 나오니까 한국 상황에서는 참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요. 정말 안타깝죠. 한국에서는 동성혼이 문제가 아니라, 성소수자가 성직자가 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동성애 자체를 반대하고 오히려 동조했다고 재판을 하는 상황이니까요. 가야 할 길이 굉장히 멀죠. 미국 같은 경우도 동성애가 죄냐 아니냐의 문제를 가지고 분열된 게 아니거든요. 동성혼을 인정할 것이냐 혹은 동성애자도 성직자나 주교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 갈라지는 건데,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누군가는 또 시작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봐요. 

목사님 교회에도 성소수자 성도가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교회에는 가고 싶지만, 주저하고 고민하는 성소수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일단 사과를 좀 하고 싶어요. 저도 어쨌든 지금의 교회를 만든 그리스도인이자 목회자로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 같고요.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많이 났을까. 그런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한테도 연락이 많이 오거든요. 예배드리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교회에 너무 다니고 싶은데 교회에서 정죄를 하니까 교회를 오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것 같아요. 하나님은 절대로 우리의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차별하시는 분이 아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분들이 성경에 죄라고 나와있다고 말하면서 죄인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두 잘못된 이야기고 하나님은 사랑의 존재이다. 사랑이라는 건 어떤 것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용하고 동등하고 동일한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에 상처 받고 아프겠지만 다른 목소리를 내고 진정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같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치유받고 회복받고 저도 열심히 싸워서 감리교, 한국 교회를 바꿀 테니 용기를 가지고 같이 살아가자고 말하고 싶어요. 

현실적으로 동성애에 대해 반대하는 목회자 분들이 상당히 많잖아요. 그런 분들도 악의적으로 성소수자 분들을 공격하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성경에 쓰여 있으니까, 절대적 가치를 믿으시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도 그렇게 선의로, 성경에 나와있기 때문에 믿고 행동하시는 분들은 존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것도 저희가 잘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저는 그분들은 신앙의 순수성은 있으나 무지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무슨 얘기냐 하면, 우리는 다 배워요. 성경이 2000년~3000년 전에 쓰인 고대 문서고, 그걸 문자 그대로 오늘날에 가져오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대로 가져올 것 같으면요, "동성애자들은 반드시 돌로 쳐 죽여야 한다"라고 나와 있는데 왜 돌로 안 치냐는 거예요. 그리고 앞뒤로 나와있는 여러 가지 음식 규례들, 밭에 씨 뿌리는 규례들, 옷을 직조하는 규례들 전부 하나도 안 지키잖아요. 다 옛날에 있었던 일이고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왜 굳이 이 조항만 오늘날에 그대로 갖고 와서 적용하려 하는지. 성경은 고대 문서이기 때문에 당시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해석하고,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 건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해석을 거쳐서 오늘날에 맞는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는 거죠. 

광화문 빌딩숲 한가운데 농성장이 자리잡고 있다.

그럼 목사님이 생각하시기에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하나님은 정말 다른 게 없는 것 같아요.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우리의 신앙의 모범이고, 어떤 규범이 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사셨는지를 본다면 너무 명확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굉장히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목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 축복을 한 거고, 지금도 목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좀 더 알아가고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린 것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편으로 그렇게 신앙적 열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괜찮은데, 이것들을 이용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오히려 저는 그런 분들이 대다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분들은 악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그런 차별이나 혐오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하는데, 그 부분은 좀 돌이켜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감리교 본부 앞에 천막까지 치게 될 줄은 생각을 못했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모르겠어요. 목사로서 천막까지 치고 하는 게 저 스스로도 이상하고 안타까운데요. 저로써는 빨리 마무리되고, 목회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고요. 어쨌든 천막을 친 것은 그저 "이동환이 무죄다"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딘가, 감리교는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고 어떤 방향을 향해 가야 하는가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 나온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재판을 받는 이유가 된, 성소수자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차별 조항을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많은 감리교와 한국 교회 목회자 분들이 이 자리로 나오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한테 연락 오는 분들이 많거든요. 힘내라, 응원한다, 지지한다 이런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교회 내에 이런 법이 있으니까. 

아, 함부로 못 오시는구나. 

 네. 이를테면 축복 기도했다고 재판에 회부되고, 저를 지지하는 글을 썼다고 재판에 회부되면 사람들이 무서워서 못 나올 것 아닙니까. 그런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겁니다. (과거의) 국가보안법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이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고 두려움을 깨고 나와서 여기서 이게 잘못됐다고 외치고, 우리는 불복하겠다고 하면서 정말 하나님의 나라가 어떤 것인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떤 것인지를 자꾸 말하고 뭉치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어요. 분명히 바꿔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고 이 자리로 나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변화 속의 개신교

 

 지난 7월 9일,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재판위원회가 이동환 목사의 상소를 각하하면서 이동환 목사에 대한 정직 2년이 확정됐다. 감리회 총회재판위는 이동환 목사 측이 재판 비용을 제때 납부하지 않았다는 것을 각하 사유로 들었다. 재판은 두 차례 열린 상황이었다. 이미 진행되고 있던 재판을 도중에 중단한 것이다.

 

 2015년 미국장로교(PCUSA)를 시작으로 캐나다장로교총회, 미국 성공회, 미국 복음주의루터교회 등은 동성결혼을 인정했다.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세계 여러 교단도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개신교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시작됐다. 적어도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만큼은 줄어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동환 목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