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의 축복기도, 그리고 처벌 ①] "교회는 소수자의 최후 보루 돼야"

박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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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14. 15:30

목사님의 축복기도

수원영광제일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 이동환 목사는 지난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여 성소수자들에게 축복기도를 했다. 축복기도는 개신교의 유일신인 하나님을 대신하여 목사가 하나님의 복을 선포하는 행위를 말한다. 축복기도가 있었던 퀴어축제 현장 근처에서는 개신교 단체의 주도로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똑같이 성경에 쓰인 내용을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서로 다른 편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처벌

이동환 목사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2015년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면 정직·면직·출교에 처한다"라는 조항을 '교회법'인 교리와장정에 추가했다. 이에 의거하여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이동환 목사를 재판에 회부했고, 그는 1심에서 정직 2년을 선고받게 된다. 교회가 목사의 축복기도를 성소수자에게는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이동환 목사는 항소했지만 재판위원회에서 임의로 비공개 재판 진행을 통보하고, 그를 기소했던 심사위원을 재판위원으로 선임하는 등 여러 논란을 야기하면서 항소심은 파행을 빚게 된다. 1심 이후 어느덧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사이 그는 교회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한감리교본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고민

특정 종교 내부의 문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 주제로 다룰 만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특정 종교가 사회적 통념이나 상식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해당 종교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교리에 따라 그것을 따를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목하고자 한 것은 그들 사이에서도 온전하게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 있다는 사실이다. 기존 개신교계는 성경 구절을 근거로 들며 동성애를 '죄'로 규정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개신교계 내부에서도 성경의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성경에는 여성을 비하하거나 노예제를 옹호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현대 교회에서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다는 점을 그들은 지적한다.

이처럼 개신교 내부에서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 변화가 생긴다면 그것 자체만으로 사회에 상당한 파급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리의 사람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에 연락했고, 7월 2일 대한감리교본부 앞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본 인터뷰는 거리두기 격상 이전인 7월 2일 진행됐습니다.

이동환 목사는 2021년 6월 21일부터 대한감리교본부 앞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이다.

(필자 : 진한 글씨, 이동환 목사 : 연한 글씨)

농성하신 지 12일째라고 들었습니다.

네.

2020년 8월 인천 퀴어문화 축제에 참석하셔서 축복 기도를 해줬다는 이유로 정직 2년 판결을 받으셨잖아요. 아직 2심이 시작 안 된 상황인가요?

네. 정직 2년 판결을 받은 연회 재판이 2020년 10월이었는데, 저희가 바로 항소를 했어요.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항소할 때 기탁금 700만 원을 내야 한다고 하고, 또 전에 벌금으로 재판 비용 700만 원을 내지 않으면 항소도 안 받아준다고 해서 1400만 원을 내고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까지 안 열리고 있는 거죠. 벌써 8개월 된 것 같고요. 돈 받아갈 때는 그렇게 받아가면서.

올해 3월에는 인권위에 진정도 내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인권위 진정도 했었고요. 그건 재판이 안 열리는 걸 가지고 낸 건 아니고요. 재판을 할 때 자꾸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하고 저를 고발한 주체, 당사자가 재판 위원장으로 앉아있는 어이없는 일이 있어서 그런 일들을 가지고 진정을 냈었습니다.

저도 교회를 다니는데요. 개신교인이, 그것도 목사님께서 퀴어축제를 참석하신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 참석 제안이 왔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신 건지 궁금합니다. 이전에는 목회자가 직접 참석했던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떤 계기로 나가게 되신 걸까요.

사실 그런 자리에서 축복 기도를 한 건 제가 처음은 아니고요.

아, 정말요?

네. 그 이전인 10년 전부터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님이라든지, 성공회의 자케오 신부님이라든지 여러 목회자 분들이 이미 활동을 하고 계셨죠. 그런데 이제 그 목회자 분들의 교단에서는 특별히 문제를 삼지 않은 것이고요.

저희 감리교 같은 경우는 2015년에 동성애에 대해서 찬성하거나 동조하였을 때 정직·면직·출교에 처한다는 그 조항이 만들어졌어요. 그러면서 '아, 이제 그런 곳에 가면 처벌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그런 인식이 생겼고요. 저 같은 경우는 2015년 인천퀴어문화축제 때 급작스럽게 연락을 받았고요. 결정을 굉장히 빨리 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러 고민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가 어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게 가서 그들에게 축복을 해준다는 것이 죄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곰곰이 성찰해보고 생각해봤을 때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리고 동성애를 찬성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의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에 대해서 우리가 찬성하고 반대할 수 있는 게 아니죠.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기꺼이 가겠다고 결정을 한 거죠. 다만 실명으로 참석할 거냐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2015년에 그 법이 만들어지고 나서 감리교 내에서도 이런저런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가명이나 활동명을 쓰고 활동하셨거든요. 그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지만, 저는 '우리가 잘못된 일도 아닌데, 당당하게 하자'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퀴어축제에 참석하신 분들은 기존 개신교계가 성소수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텐데, 목사님께서 찾아가셨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퀴어문화축제에서 참여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지지하고 응원하는 그리스도인이 있다는 사실이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고요. 그런 맥락에서 저희도 초대를 받은 거예요. 메인 행사 무대에 올라가서 저 같은 경우는 꽃을 뿌리고 신부님은 성수를 뿌리면서 축복기도를 했습니다. 축복기도의 내용은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모두 동등한 존재이기 때문에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내용이었어요.

사실은 저희가 꽃을 뿌리면서 축복기도를 할 때 정말 저도 걱정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리스도인들이 워낙 (성소수자들에 대해) 혐오하고 반대를 많이 하니까 이 분들이 여기서 축복기도를 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갖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그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환하게 웃어주셨고요. 교회 다니신다고 하니까, 왜 교회에서 은혜받으면 사람들 얼굴이 굉장히 밝고 환해지잖아요. 마치 그런 미소와 얼굴로 저희를 맞아주시더라고요. 그게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농성장에서는 매일 밤마다 기도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전에도 성소수자 분들의 논의에 대해 관심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바뀐 계기가 있었는데요. 2013년 정도에 저희 교회에 성소수자 성도님이 등록을 하셨고, 그 분이 커밍아웃하시면서 제 안에서도 공부하면서 깨져나가는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저도 굉장히 보수적이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죄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여러 가지 성경 공부를 하면서 제 안에서 변화가 있었던 것 같고요. 그렇지만 적극적으로 성소수자 옹호 활동을 하지는 못했었어요. 교회에서 성도들 케어하고, 그런 관련된 일이 있으면 가보기도 하고 하다가 아예 와서 축복기도를 해달라고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언론이나 설교에 나오는 목회자 분들의 성소수자 관련 발언을 들어보면 대부분 혐오하거나 거의 저주에 가까운 발언을 하시잖아요. 기존 주류 개신교의 입장은 그러한데, 앞으로 우리나라 개신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사회적·종교적 차원에서 논의를 해나가야 할까요.

일단은 우리가 그 부분도 다시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과연 동생애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주류인가?"에 대한 부분이요. 우리는 늘 (동성애 반대가) 주류라고 생각을 해왔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이번 차별금지법 제정 국면에서 보니까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국민의 88%가 찬성을 한다면서요.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이 우리나라에서 17%(한국갤럽 조사, 2021년 기준) 정도 된다고 하면, 그리스도의 절반 정도는 찬성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2020년 7월,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지엔켐에 의뢰해 진행한 한국 개신교인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성애는 죄'라는 주장에 개신교인 23%가 '동의하지 않는다', 18.7%가 '잘 모르겠다'에 응답하여 개신교인의 10명 가운데 4명은 '동성애가 죄'라는 주장을 부정하거나 해당 주장에 의문을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워낙 반대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극렬하고, 조직적으로 반대 운동을 하시다 보니까 그분들의 목소리가 개신교를 대표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쩌면 (동성애) 반대의 목소리가 너무 과대 대표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는 교회의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리스도가 어떻게 살았는가. 그 당시에도 늘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종교 지도자들로부터 버림받고 귀신 들렸다고 손가락질받는 사람들과 더불어 사셨잖아요. 우리가 그런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런 예수님의 모습을 오늘날 이 땅에서 실천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저는 늘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나도 내가 생각하는 것이,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내가 가진 신앙이 100%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 같이 토론을 해보자."라고요. 그래서 저는 교단에 연구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워낙 갈등이 심하다 보니까요. 거기에 보수적인 학자도 들어오고, 진보적인 학자도 들어와서 진짜 한 번 연구하고 고민해보자는 제안을 했는데요. 이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모임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우리가 어떤 일치성을 가지면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적어도 우리의 태도가 혐오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나하고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혐오로 표현되거나 차별로 표현되거나 이런 식으로 다른 말을 했다고 찍어내고 처벌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믿어요. 하나님의 사랑은 평등하고, 어떤 사람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요. 교회가 오히려 소수자들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본 인터뷰는 1편과 2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