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마사지 무죄 선고는 시각장애인 안마사에게 사형 선고"

박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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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7. 15:30

장애인의 '생존권'과 비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은 '유보고용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유보고용제도'란 일정한 직종을 정하여 해당 직종 전체 혹은 일부 종업원을 장애인으로 충당하도록 유보하는 제도이다. 미국은 공공기관에 있는 자판기나 매점을 장애인에게 우선 분양하고 있고, 스웨덴은 장애인만 복권 판매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법 제82조에 시각장애인만이 안마사를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으며,  안마사 자격 없이 영리 목적의 안마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2018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시도지사에게 자격을 인정받은 9943명의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있다. 그 가운데 대략 절반 가량의 안마사가 1368개 안마원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불법 안마업소가 영업 중이다. 합법 안마사보다 불법 안마사가 더 많다는 통계도 존재한다. 실제로 호텔이나 대형마트에도 버젓이 불법 마사지 업체가 입점해 있고, 가맹점만 100군데가 넘는 프랜차이즈 마사지 업체가 있지만 이 역시도 불법이다. 이렇게 불법 마사지 업체들이 성행하다 보니 당국에서도 제대로 된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 2020년 9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8단독 최창석 부장판사)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무자격 마사지 업소 사장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헌법재판소가 네 차례 합헌 판결을 내렸던 의료법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재판부는 자격 안마사에 대한 규정이 의료법의 위임 목적과 취지에 반하며, 처벌 범위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안마, 마사지 시장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데 자격 안마사는 1만 명도 채 되지 않는다"라면서, "안마사 규칙은 비시각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다양한 안마를 선택할 수 있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라고 판단했다.  

 그동안의 논리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들로 구성된 대한안마사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그리고 그들은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로 마무리된 줄로만 알았던 장애인의 '생존권'과 비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 사이의 논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거리의 사람들>은 7월 2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대한안마사협회 이현규 이사를 만날 수 있었다.

 

대한안마사협회는 전국 지방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사진 속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무자격 안마사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필자 : 진한 글씨, 이현규 이사 : 연한 글씨)

 

간략히 본인 소개를 해주신다면.

 저는 시각장애인 안마사 이현규이고요. 대한안마사협회 중앙회 지도분과 이사로 있습니다.

지금 전국 각 지방 법원 앞에서 대한안마사협회의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네. 협회 지부 별로 해서 회원님들이 나와서 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만 안마사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불법 안마사에 대한 무죄 판결에 대한 파장이 크지 않았는데요. 판결에 대해 대한안마사협회의 입장이나, 현업에 종사하고 계신 안마사로서의 입장을 밝혀주신다면.

 안마는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의무직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도 중도에 실명한 사람으로서 안마를 배워서 자립을 하고, 집사람과 가정을 이뤄서 아이들 둘을 키우고 있는 가장이고요. 지금 시위를 하는 것은 어이가 없는 판결이 나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의료법 82조에 시각장애인만 안마사를 할 수 있도록 제한이 되어있습니다. 안마사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은데, 안마업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신다면.

 안마사는 안마, 마사지, 지압을 할 수 있고요. 이러한 수기치료를 비롯해서 전기치료도 가능합니다.

이사님께서는 안마사라는 일을 어떻게 선택하게 되신 건가요.

 제가 눈이 나빠지고, 복지관이나 중도실명 관련 상담해주는 기관을 방문해서 상담을 받았어요. 그랬더니 시각장애인은 안마 직종에 종사할 수 있다고 했고, 중도 실명자들을 대상으로 안마를 가르쳐주는 맹학교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국립서울맹학교 이료재활과라는 곳을 나왔는데, 국립서울맹학교는 중앙정부에서 운영하는 국립학교로서 유치부, 초등부, 고등부까지 과정이 있고요. 2000년대부터 이료재활과라고 중도 실명한 분들을 위해서 안마를 2년 과정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울 지역에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이 횡단보도에서 평일 오전 시간대에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안마사로 일하시다 보면, 자주 오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안마는 정말 많은 계층들이 받습니다. 요즘 젊은 분들의 경우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의 사용에 있어서 잘못된 생활 습관을 갖고 살아가시는 분들이 늘어서 어깨와 목 등에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부분을 저희들도 연구를 해서 스트레칭이나 지압, 안마 등을 통해서 어깨와 목을 풀어드리고 있습니다. 목 디스크나 허리 디스크, 엘보 관련 통증도 안마를 통해서 근육을 풀어드리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안마업 증진을 위해 '안마 바우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바우처 제도는 60세 이상 어르신들께서 의사 진단서가 있으면 1년 간 주기적으로 안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어르신들이 주민센터에서 신청을 하시면 정형외과에서 진단서를 받고, 바우처 카드를 드립니다. 바우처 카드로 결제하면 안마원에 돈이 들어오는 구조이고요.

사실 주변을 돌아봤을 때 눈에 띄는 곳은 불법 안마소가 대부분이잖아요. 관련해서 사람들의 인식도 좋지 않고, 피해를 입고 계신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피해를 많이 보죠. 요즘 많이 좋아졌지만, 비장애인과 경쟁한다는 게 저희는 정말 힘들어요. 저도 이쪽 계통에 들어와서 '보는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보는 사람'들 하고 경쟁한다는 것은 손님 응대 과정이나 마케팅에 있어서 많이 힘들어요. (저희는) 안마원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부수적으로 직원들이 더 필요하거든요. 비장애인의 경우에는 공격적으로 각종 마케팅도 진행할 수 있고요.

 

 불법 마사지 시장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것보다 외국 분들이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거기서는 유사 성행위 같은 것들이 이루어질 때도 있고요. 이런 것들에 현혹되지 않고 잘 판단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전 자료를 찾아보니까 허위 신고나 안마를 받고 제 값을 지불하지 않는 '탕치기' 사례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경우도 있고요. 악의적으로 오셔서 안마를 받으시고, 일부러 안마 때문에 통증이 더 심해졌다고 주장하면서 오시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제가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합의금이나 치료비를 요구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해요. 

헌법재판소가 비장애인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면서까지 시각장애인의 생존권 보장을 이유로 현행 의료법에 대해 수 차례 합헌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런 판단은 결국 시각장애인들의 노동 시장이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반증인 것 같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취업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요?

 지금 각 지방 시도별로 맹학교가 하나씩 있고요. 안마사협회 지부나 중앙회 부설 수련원이 있습니다. 요즘은 의료 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에 선천 시각장애인보다 중도 실명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저처럼 병이 와서 그런 경우도 있고, 교통사고나 당뇨 합병증 등 다양한 사례가 있습니다. 실명을 하면, 재활 복지관에 가서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웁니다. 보행 방법이나 점자 읽는 법,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이용법 등을 배웁니다.

 

 지금 장애인고용공단이라는 곳이 있어서요, 일정 인원 이상을 가진 회사에서는 장애인 고용률을 맞춰야 합니다. 만약 고용하지 않을 경우 부담금을 내야 하고요. 부담금을 가지고 장애인 고용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긴 하지만, 기금이 온전히 사용되지 않고 있어요.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서 내는 기금인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금(장애인고용촉진기금)은 2018년 기준 9495억 원으로, 2013년 2294억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4배 가까이 불어난 수치이다. 결국 장애인 고용 의무를 위반하는 업체가 늘어났음에도, 국가에서 기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제가 시각장애인인데, 이런 모든 제도가 지체장애인 위주로 되어있어요. 설문이나 문진을 받을 때도 시각장애인과 맞지 않는 내용들이 많아요. (2020년 기준, 국내 등록 장애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장애유형이 바로 지체장애이다. 전체 장애인 중 지체장애인이 45.8%, 시각장애인이 9.6%를 차지하고 있다.)

장애 유형별로 체계화돼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나눠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저희도 지속적으로 장애인개발원에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안마사의 효능, 안마를 홍보하자면.

 안마는 저희가 근육을 푸는 일이지만, 혈액순환을 시킨다는 궁극적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신진대사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해서 혈관 노폐물을 줄이는 거죠. 안마는 많이 받으면 좋습니다. 인근 안마원 가서 한 번씩 받아보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국민들께서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적고 비장애인 안마사는 많으니까 양보를 해야 한다고들 이야기하실 수 있는데요. 대만의 경우 시각장애인들의 안마업 독점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났습니다. 근데 대만은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기본 연금으로도 생활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제도가 있지만 장애인에 특화된 것이 아닙니다.

 

 가장 좋은 것은 돈만 대주는 것보다 장애인이 직접 일을 해서 살게 해주는 거예요. 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잡는 방법을 직접 알려주는 게 나은 거 아니에요. 그런 제도가 뒷받침됐으면 좋겠습니다.


 "무자격 마사지 무죄 선고는 시각장애인 안마사에게 사형 선고입니다"

 

 법은 멀쩡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불법 안마업소에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고통받고 있었다.

 

 불법 안마사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체계가 잘 준비되어 있는 걸까.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라서 받을 수 있는 돈은 '장애인 연금' 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장애 등급과 소득 수준이 조건에 만족해야 한다. 어찌저찌 연금을 받았다손 해도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38만 원이다. 1인 최저 생계비에 턱없이 모자란 돈이다.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업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에는 마땅히 그에 대한 입법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비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면서 까지 우리나라가 해당 법안을 유지해온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의료법 82조 없이도 시각장애인이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할 것이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현규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